손정의. 참 남자답게 사업한다.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을 읽고

참 남자답다. 기세로 사업한다는 말이 이렇게 어울리는 인물이 또 있을까? 이 책은 단순히 한 경영자의 성공담이나 뻔한 위인전이 아니라, 격변하는 인공지능(AI) 시대 한복판에서 우리가 가져야할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1. 인공지능이라는 '패러다임 시프트'
시대나 학문을 지배하는 보편적인 인식의 틀(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전환.
손정의가 가진 독보적인 능력은 바로 이 패러다임이 바뀌는 방향과 시기를 귀신같이 읽어내는 통찰력이다. 책에서는 닷컴과 모바일 시대의 이야기였지만, 우리는 지금 또 다른 거대한 '패러다임 시프트'를 지나고 있다. 바로 'AI 인공지능'.
요새 뭔가 정말 많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통했던 전략이 올해는 통하지 않고, 작년에 불가능했던 것들이 이제는 '딸깍' 한 번에 해결된다. 산업혁명 이상의 변화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세상이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다가, 아예 작동 방식이 바뀌는 느낌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여전히 이 낯선 도구를 보며 '우가우가' 하며 난감해 하고 있다. 그리고 머뭇거리고 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두려워서, 혹은 귀찮아서. 새로운 도구가 등장할 때마다 늘 그래왔다. 이 도구가 인류의 삶을 어디까지, 어떻게, 얼마나 바꿔놓을까.
그리고 나는 이 도구로 '무엇'을 할까.
2. '전우'라는 '동지적 결합'
"동지적 결합은 금전적 결합보다 강하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말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믿는다. 개인적으로 1인 창업과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해봤지만, 팀으로서 임팩트를 내는 것을 더 좋아한다. 혼자서 빠르게 의사결정하며 밀어붙이는 쾌감도 분명 있다. 하지만 팀으로 임팩트를 낼 때의 에너지와 볼륨은 차원이 다르다. 팀원 각자의 역량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일이 착착 진행될 때의 감각을 사랑한다.
AI 시대에는 혼자서도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가능한 시대다. 하지만 더 큰 판을 만들고 싶다면 결국 사람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는 기회와 유대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 된다.
피터 틸의 <제로 투 원>을 읽고, '페이팔 마피아' 같은 팀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함께 역경을 뚫고 성장하며 살아남은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유대관계는 미래의 가장 큰 신뢰 자본이라고 확신한다. 이 관계를 표현하기에 '동지적 결합'이 제일 적합한 것 같다.
손정의는 금전적 결합보다 강한 '동지적 결합'의 가치를 믿었다. 그래서 돈으로 사람을 끌어들이지도, 묶어두지도 않았다. 돈 때문에 일 하는 사람은, 돈 더 주는 곳이 있으면 떠나버린다. 붙잡을 수 있는게 돈 밖에 없는 관계는 애초에 만들고 싶지 않다. 돈이 아닌 목적의 순수성으로 일하는 사람과 일 할 때 더 즐겁고 행복하다. 느껴본 사람은 안다.
동지(同志). 뜻이 같은 사람.
그렇다면 나는 어떤 뜻을 품고 있는가. 어떤 사람과 함께 가고 싶은가. 다시 한 번 스스로 생각해보게 된다.
3. 깊은 제너럴리스트의 시대
바야흐로 제너럴리스트의 시대이다. 손정의야말로 인공지능 시대가 원하는 최고의 인재상이 아닐까 싶다. 그는 개발자도, 마케터도, 디자이너도 아니었지만 그들 모두를 이끄는 거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전문 엔지니어들을 앞에 두고 확신에 찬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 때는 호통도 치는 모습에서 기세를 느꼈다.
스페셜리스트는 시야가 좁다. 분업화된 조직에서는 더 그렇다. 문제가 생기면 개발자는 개발로,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마케터는 마케팅으로 해결하려 든다. 마케터들 중에서도, 콘텐츠 마케터는 콘텐츠를, 퍼포먼스 마케터는 광고를 강조한다. 각자의 영역의 것들이 최우선이고, 그것이 곧 자신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사실 밥줄을 위해서라도 그래야만 한다.
기획자로 커리어를 이어오면서 장점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내세울 전문 영역이 없으니 오히려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남들이 기술에 함몰되어 있을 때,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줌아웃(Zoom-out)'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AI가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해주는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숙제는 결국 하나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그 방향성은 제너럴리스트여야만 볼 수 있다.
"60 평생을 살고도 아직 이룬 게 없어 분하다"
고 말하는 그에게서
뭔지 모를 뜨거움을 느꼈다.
나 또한 만일 내일 사고로 죽게 되더라도 "분해서 견딜 수 없다"고 외칠 만큼,
뜨겁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손정의의 야망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나의 야망을 묻게 한다.
'300년 왕국'이라는 거대한 꿈 앞에서,
나는 얼마나 큰 판을 그리고 있는가.